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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time
SOON.EASY
SOON.EASY
순이지의 시간조각:
Get busy dying
두 조각으로 나눠지는 시계 형태를 보자마자 바로 묘비 컨셉이 떠올랐다. 하나는 비석으로, 하나는 받침석으로 만들기에 적당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죽음과 완전히 밀착되어 있는 소재라고 느꼈다.

정면의 문구는 영화 <쇼생크탈출>에 나온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이라는 대사에서 따왔는데 삶은 바쁘게 살아가거나 바쁘게 죽어가는 것이라는 선택의 문제에서 바쁘게 죽어가는 것을 선택했음을 시각적으로 나타냈다.
지금까지 나는 삶의 부정적인 요소나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작업을 해왔다. 아무래도 우리는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껄끄럽게 느낀다.

특히 죽음은 삶의 반대급부로서 누구나 겪을 필연적인 사건이지만 삶에서 완전히 분리해 놓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다.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 중심에 공동묘지가 있거나, 묘비석을 파는 가게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죽음에 대한 것을 삶의 일부로 들여놓았음을 느끼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죽음을 눈 밖으로 치워 놓지 않고 편하게 접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취지로 작업했다.
그리고 돌의 질감 등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보일 수 있도록 작업하려 했다. 액자나 케이스 안에 넣는 것 보다 잔디에 놓는게 의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인조잔디를 잘라서 그 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