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piece-i
SHINMORAE
SHINMORAE
신모래의 조각
표면의 질감이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몇 번 두드리면 금세 깨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상 깨기 시작하니 정말 잘 안 깨져서 당황스러웠다.
완전히 산산조각내고 싶었는데 실패한 게 아쉽지만, 재미있는 조각을 생각보다 금세 발견해서 안심했다.

육면체에서 분리된 파편 중 가장 얇은 조각이었다.
납작하고 동그랗게 떨어져 나간 것이었는데 작은 섬처럼 생긴 게 재미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골랐다.
조각을 쥐고 따로 가지고 나와 관찰하면서 섬에 사는 남자 이야기를 러프하게 적어놓았다.
곧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는 게 이 작은 조각 때문이라니.
작은 섬에 사는 남자와 그 남자를 구경(?)하는 도마뱀의 이야기다.
섬을 누비며 사냥을 하다가도 비를 피하러 남자에게 돌아가는 순한 도마뱀이 나온다.
남자가 알고 있는 것은 노래 하나가 전부인데, 그 노래의 모양이 속이 텅 빈 육면체일 거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흥얼거린 음들이 모여 고운 자장가가 되는 모양새를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