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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i
KIMYOUNGSHIN
KIMYOUNGSHIN
김영신의 조각
깨기 전의 큐브는 숨이 막히도록 깨끗한 선과 면을 가지고 있는 물체였는데, 완벽하게 생긴 것을 망치자니 더 어려웠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을 머뭇거렸고 그래도 내일쯤엔 깨긴 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때마침 날이 엄청 추웠고 길가엔 들풀들 사이로 얼음들이 얼었다.
그런 풍경과 함께 라면, 특이한 상황의 꽃과 함께라면 어떨까 해서 얼음꽃을 만들었다.
아름답던 흰 장미는 얼어가면서 누렇게 변했고 얼어버린 꽃은 아주 손쉽게 부서졌다.
꽃을 깨는 것에는 미련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나의 작업상 나와 더 친한 꽃을 먼저 깨트려 분절시키고 낯선 큐브를 깨 보았다.
몇 시간의 사투 끝에 큰 두 조각을 냈는데 그중 덜 완벽하고 더 작은 것을 골랐다.
보기에 불완전하지만 스스로는 완벽한 균형을 가지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을 고르고 싶었다.
뒷면에는 큐브였던 원형이 남아있는 점도 좋았다.
이번 계기가 아니었다면 내가 스스로 살아있는 꽃을 얼릴 일이 없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말하면 꽃을 파괴하는 행위, 살아있는 꽃을 죽이는 행위.
때로는 그게 필요하다면 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