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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i
HYUN YESEUL
HYUN YESEUL
현예슬의 조각
완벽해 보이는 하얀 큐브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여서 깨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하얀 콘크리트로 된 큐브의 안에는 각각 다른 색들이 각각 다른 조합으로 들어있다고 해서 내게 온 큐브는 어떤 색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얼른 깨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콘크리트로 된 큐브가 내 생각보다 더 단단해서 과감한 성격이 못 되는 나는 큐브를 깨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깬 큐브의 조각들은 내가 상상했던 모양으로 깨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그중 가장 작은 조각이 마음에 들었지만 큐브를 한 가지 고르려고 자세히 보면 볼수록 다른 조각들 모두 각자의 모양과 색 그대로 마음에 들어 한 개만 고르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조각낸 큐브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놓고 난 뒤, 조각난 큐브들을 큐브가 들어있던 클리어 박스에 큐브의 본래의 모양처럼 퍼즐을 맞추듯 주워 넣었다.
조각이 들어있는 클리어 박스를 보며 어쩌면 하나의 큐브를 조각 내고 조각이 난 큐브들을 다시 모아 넣었던 과정들이 나에 대해 알기 위해 지냈던 시간들 같았다.
나는 이번 작업에서 조각을 하나만 선택하는 대신 모든 조각들을 선택하기로 했다.
큐브를 최초로 깬 상태 그대로 찍었던 사진을 보다가 실제로는 없었던 모양의 조각을 발견했다.
조각들을 다시 꺼내 보니 조각을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조각이 아예 다른 모양으로 보였다.
모든 조각들을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고 관찰했다.
하나의 큐브가 쪼개어져 각기 다른 조각이 되었지만, 그 조각들을 잘 모으면 깨어지기 전의 큐브의 모양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다.
깨어진 조각들의 모습은 각각 색도 모양도 크기도 다른 나의 많은 관념과 경험, 감각과 감정, 기억과 지각, 느낌, 의미, 능력과 태도, 특성을 보여주는 나의 내, 외적인 표상 같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그저 파편이 되기도 하고 인식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각들과 오브젝트를 병치시켜 보여주는 Zine을 만들었다.
제목인
<Social Comparison>은 자신의 신념이나 능력, 태도 등을 타인과 비교하여 이를 토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심리학 용어이다.
조각들과 비교하기 위해 병치시킨 오브젝트들은
Object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양한 만큼이나 내가 그 안에서 발견한 표상들도 다양했다.
내가 선택한 것인지 어쩌다 선택된 것인지 모를 비교대상과 나와의 비교는 때로 나의 안녕함을 알게 하고 때로는 나 자신과 자신의 처지를 비루하게 느끼게 한다.
하나의 큐브에서 파편이 된 조각들은 다차원적이며 서로 양가적이기도 한 나의 표상들이다.
나에 대한 표상과 타자에 대한 표상, 타자와 나의 관계에 대한 표상들을 나의 조각들과 오브젝트들과의 병치시키는 것으로 표현해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