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는 자신이 해초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깊은 바다에 조금 떨어진 곳에 외따로 있으면서 단단히 뿌리가 박힌 채 유연하게 흔들거리고 있는 해초.
뿌리는 자신이 쌓아온 음악과 공부들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가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떠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항상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음악과 함께한다.
선우정아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을 그들의 범주에 포함하려 할 때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딱 어떤 무리와 자신이 일치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집합은 있지만 마치 그 분야의 대표 격인 것처럼 이야기될 때 불편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유연하고 자유롭고 싶다.
예를 들면 메인 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의 경계에서 선우정아는 사실 어딘가에 속해 있기도, 속해있지 않기도 하다고 느낀다. 재즈, 힙합 같은 장르의 물결에서도 선우정아는 왠지 다양한 조류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해초가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 ‘어피스오브 선우정아’ 프로젝트는 오히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자신과의 교류를 통해 교집합, 그리고 그들의 해석, 자신만의 이야기 등 다양한 관점으로 만들어진 것들로 채워가고 싶어 했다.
‘APIECEOF SWJA’ 책에서 변영근 작가는 그림을 통해 아직 못다 핀 시절의 유년기와 지금의 선우정아를 마주 보게 했다. 외로웠고, 때로 질투했고, 쓸쓸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선우정아가 될 수 있었다고 다독여준다. 백수린 작가는 선우정아의 노래 ‘그러려니’의 가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을 썼다.
이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선우정아와 그리고 어피스오브 스튜디오와 교류하여 작업물을 만들었고, 선우정아는 자신이 어려서 쓰다가 미완성했던 이야기를 완성해 주었다.
유연하고 강한 해초가 뿌리박고 있을 법한 바닷속을 표현한 공간에서 작가들의 작업물과 선우정아가 직접 그린 자화상을 전시했다. 그리고 선우정아가 노래를 불렀다.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을 자신이 있는 공간으로 불러 같이 유영하게 만드는 해초 같은 모습으로.